몽골에서 다시 생각한 ‘복원의 주인’ - UNCCD COP17 참관기

몽골에서 다시 생각한 ‘복원의 주인’

UNCCD COP17 참관기


푸른아시아 고기연 기획홍보이사 


몽골에 오면 낮고 깊은 음색의 전통 가창을 자주 듣게 된다. ‘흐미(Хөөмий)’라고 불리는 몽골의 전통 목노래는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 귀에 남고, 때로는 듣는 이의 영혼까지 잡아끄는 듯하다. 이번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UNCCD COP17에 푸른아시아 구성원으로 참석하면서 나는 그 소리를 여러 번 떠올렸다.


토지복원에서도 국제사회가 더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가 있다. 기후변화와 인위적 개발행위로 황폐화된 땅에서 살아가며 나무를 심고 초지를 지키고 의지하는 사람들, 개별 사업이 끝난 뒤에도 그곳에 남아 땅을 관리해야 하는 현장 주민들의 목소리다. 국제회의에서는 정부와 국제기구, 전문가들이 정책과 재원, 기술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논의 속에서 현장의 낮은 목소리가 얼마나 전달되고 실제 사업에 반영되고 있는지는 다시 물어볼 필요가 있다.


2026년 8월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제17차 당사국총회(UNCCD COP17)는 ‘Restoring Land. Restoring Hope.’를 주제로 개최됐다. 토지황폐화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토지복원은 이제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라 식량, 물, 생계, 기후변화, 이주와 안보까지 연결되는 의제로 확대되고 있다.


20여 년 전 UNCCD 사무국에서 근무할 당시 국제 세미나에서, 토지황폐화는 농업생산성 저하에 그치지 않고 빈곤과 이주, 나아가 지역사회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번 COP17의 한 발표에서도 사헬(Sahel, 사하라 사막 남쪽의 반건조 지대)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토지황폐화와 생계기반 약화가 이주 압력을 높이는 현실을 보며 당시의 문제의식을 떠올렸다. 몽골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6년 발표 자료에서는 사막화 영향을 받는 지역의 비율이 2020년 평가보다 약 5%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제시됐다. 이번 회의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정책과 과학, 재원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복원의 핵심 주체로 인식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적어도 회의장에서 들리는 메시지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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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CD COP17 개막 행사장 전경. ©UNCCD/Kiara Worth

735b61e189534.jpgUNCCD COP17 고위급 회의 현장. © UNCCD/Kiara Worth


푸른아시아도 본부와 몽골지부 구성원들이 함께 사이드 이벤트를 개최하고 전시부스를 운영했다. 신기호 몽골지부장의 메시지와 학생 자원봉사자들의 방문자 안내, 몽골 전통문자로 이름을 써주는 프로그램도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거대한 국제회의 속 작은 공간이었지만, 푸른아시아가 현장에서 해온 일을 사람들과 직접 나누는 살아 있는 접점이었다.


  • 커진 재원, 더 중요해진 현장성과

이번 COP17에서는 초지관리 이니셔티브(Rangelands Flagship Initiative)가 출범하면서 초지와 목축지역이 주요 의제로 부각됐다. 토지복원과 가뭄 회복력을 위해 23개국에 걸친 약 13억 달러 규모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제시됐고, 이 가운데 초지 분야는 45개 사업, 약 12억 달러 규모다. 숫자만 놓고 보면 국제사회의 관심과 투자 의지는 분명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돈이 많아진다고 복원이 저절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투자가 실제로 토지황폐화의 추세를 되돌리고, 토지의 상태와 주민의 삶을 실제로 함께 개선하느냐이다. 사업이 끝난 뒤에도 성과가 남으려면 지역사회가 단순한 수혜자나 노동력을 넘어 의사결정과 관리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끝난 뒤 같은 곳을 다시 복원해야 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 주민이 복원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이번 COP17에서 필자는 8월 23일 ‘모래·먼지폭풍 위험경감(Sand and Dust Storm, SDS)’ 세션과 8월 26일 푸른아시아·몽골 국가산림청의 지역사회 기반 복원(Community-Based Restoration) 행사에 참여했다. 두 자리에서 다시 확인한 것은 토지황폐화 대응이 식재나 단기 사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황사와 먼지폭풍도 발생 이후의 관측과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발생원 지역의 황폐화된 토지를 회복시키는 발생원 관리(source management)가 중요하다. 그리고 복원된 땅을 실제로 지키는 것은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8월 26일 주제발표에서 내가 강조한 메시지도 분명했다. 주민은 단순한 참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업을 함께 만드는 협력자를 넘어 복원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외부의 전문가와 사업관리자는 언젠가 현장을 떠나지만 주민은 그 땅에서 계속 살아가기 때문이다.


72133f2f84a32.jpg8월 23일 SDS 위험경감 세션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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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지역사회 기반 복원 행사에서 주제발표하는 필자


이 생각은 지난해 몽골 현장을 돌아보며 느꼈던 것과도 이어진다. 당시 나는 ‘얼마나 많이 심었는가’보다 ‘누가 어떻게 심고 지키는가’가 중요하다고 썼다. 주민들이 나무를 가꾸고 수확한 소득을 다시 관리에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복원은 식재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사람과 지역의 삶 속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느꼈다.


  • 푸른아시아의 강점은 현장에 있다

푸른아시아가 몽골에서 오랫동안 추진해 온 주민역량 강화와 지역사회 기반 복원의 경험은 이런 흐름 속에서 의미가 크다. 나무 몇 그루를 심었고 몇 헥타르를 복원했는가도 중요하지만, 사업이 끝난 뒤 누가 그 땅을 지킬 것인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지역사회와 쌓아온 관계, 현장 경험, 교육과 혼농임업 인프라는 새로운 복원사업을 설계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이러한 현장 기반 모델의 성과를 인정받아 푸른아시아는 2014년 UNCCD ‘Land for Life Award’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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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푸른아시아가 몽골과 국제사회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여하려면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기존 시설과 현장의 보완이다. 이번 방문에서 혼농임업센터는 시설 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고, 복원현장에서는 넓은 면적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단순한 시설 노후나 관리 부족의 문제로만 볼 필요는 없다. 현재와 미래의 몽골 토지복원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지속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2000년대부터 이어져 온 푸른아시아의 몽골 사업이 축적된 경험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시 도약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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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아시아 임농업교육센터. 교육·교류 거점으로의 활용 가능성이 크다.
8b92c9e2ec377.jpg바양항가이 복원지에서 비타민나무 열매를 수확하는 모습


  • COP17 이후, 경험을 새로운 협력으로

COP17에서 확인한 또 하나의 흐름은 복원 재원을 확대하고 공공재원과 민간자본을 연결하려는 움직임이다. 푸른아시아도 변화된 국제환경에 맞춰 그동안 축적한 현장 경험과 몽골 내 인프라를 정부·국제기구·기업·연구기관·시민사회와의 새로운 협력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반드시 큰 사업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 토양과 수분관리, 적지적수(適地適樹), 지역별 복원방법처럼 몽골 현장에서 실제 필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전문가와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작은 세미나와 포럼부터 시작할 수 있다. 혼농임업센터도 숙박시설을 넘어 교육, 현장실증, 전문가 교류의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푸른아시아와 몽골 국가산림청의 공동행사에서는 복원지역을 직접 관리하는 주민대표가 무대에 올라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국제회의의 수많은 발표 가운데 내게는 그 목소리가 오래 남았다.


COP17에서는 더 많은 재원과 더 큰 복원계획이 제시됐다. 그러나 복원의 성패는 결국 현장에서 결정된다. 나무를 심는 사업을 넘어 그 땅을 지킬 사람을 세우고, 그들의 목소리가 국제사회의 정책과 투자에 제대로 전달되고 반영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푸른아시아가 지켜야 할 강점이고, COP17 이후 더욱 확장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몽골의 낮고 깊은 노래가 오래 귓가에 남듯, 토지복원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더 멀리, 더 오래 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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