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기후변화씨네톡] 광천동 김환경
글 : 김은영 (푸른아시아 전략홍보실 활동가)

2025년 4월 기후변화씨네톡은 '광천동 김환경' 이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핵심도시라고 불리는 광주. 광주의 대표적인 빈민촌 중 하나인 '광천동'에 청년 미디어 아티스트 김환경이 거주하기 시작합니다. 주민들이 건네는 이야기들에는 초기 도시 빈민들의 삶, 최초의 광주 민주화 운동, 그리고 근래 이루어지는 빠른 재개발에 대한 고민들이 담겨있습니다. <광천동 김환경>은 청년 미디어 아티스트의 눈으로 그리는 한국의 도시사와 민주주의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상영 후 제작자 박동희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기후변화씨네톡 상영회와 질의, 소감나눔에 참여해주신 참가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제작자 박동희 감독과의 대화_
질문: 영화 제목도 <광천동 김환경>이지만 연출에는 박동희 감독님, 김환경 감독님 두 분이 같이 나와계신데 박동희 감독님은 영화에서 거의 드러나시지 않으셔서, 영화를 제작할 때 협업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답: 제가 광주방송 PD인데요, 이제 방송국에서의 PD와 영화에서의 PD랑은 좀 다르죠. 저는 우선 이 시나리오 작성부터 촬영, 편집 전반적인 것을 했습니다. 그리고 김환경 감독님은 사실 저의 친한 동생입니다. 원래는 제가 시민아파트에 살려고 했었는데 제가 사는 것보다는 김환경 감독님이 특색이 있고, 강렬해 보여서 섭외를 했고, 김환경 감독님도 흔쾌히 수락을 했습니다. 그리고 손마리아 할머니와 김수연 선생님의 인연은 이 영화를 찍기 전부터 제가 광주에서 약 10년 간 일을 하며 이미 알고 계션던 분들이고, 환경 감독님과 만나는 장면은 제가 연결을 해주었습니다. 촬영은 제가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 보이지는 않고요, 목소리가 한 두 번 나오는데 다들 눈치 못채셨을 거예요.
질문: 그렇다면 혹시 김환경 감독님이 통화하는 장면에서 그 ‘형’이 박동희 감독님이신건가요?
답: 네 맞습니다. 시나리오를 제가 전략적으로 만들었고, 환경 감독님이 그에 충실하게 잘 해줬습니다. 물론 환경 감독님의 색채도 잘 드러났습니다.
질문: 그러면 김환경 감독님은 배우로서의 역할도 하신건가요?
답: 배우의 역할도 있지만 유튜브로 치면 유튜버는 본인이 연출도 하고 출연도 하고 편집도 하잖아요, 그런 1인 미디어처럼 출연도 하고, 편집도 많이 했고, 공동 연출입니다.
질문: 영화에 ‘들불야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거기에 대해서 설명을 더 해주실 수 있나요?
답: 영화에 나왔듯이 아시아 자동차(현재 기아 자동차)의 노동자들이 시민아파트에 많이 거주하고 계셨어요. 그 당시에는 착취당해도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노동권이나 검정고시 공부를 도와주는 것이 형성이 되었어요. 그 때 김영철 선생님께서 사회운동을 하기 위해 시민아파트에 들어오시게 됩니다. 김영철 선생님은 모자원, 그러니까 고아원에서 매우 어렵게 자라셨다고 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돕기를 원하셨고 광천동에서 사회운동, 그리고 아이들을 함께 케어하고 전남대학교 학생들과 만나면서 점점 커졌죠. 그 당시에는 매우 즐거우셨고 항상 다같이 떠들썩하게 재미있게 지내셨다고 해요. 그러다가 5.18때 거의 다 돌아가시게 되셨죠.
질문: 감독님께서는 그 전에 손마리아 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을 이미 알고 계셨다고 했는데, 그러면 들불야학을 했던 것을 아시고 시민아파트에 대한 영화를 생각하셨던 건가요? 처음에는 어떻게 시나리오를 쓰게 되셨나요?
답: 제가 현재 광천동에 살고 있어요. 광천동에는 저희 회사가 있고, 제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이 있고 그 다음 광천동 재개발 구역이 섬처럼 있어요. 저는 매일 출근을 하면서 이 동네가 특이하니까, 저는 서울에서 와서 이런 것들이 신기했거든요. 이제 출근길에 왔다 갔다 하면서 내가 이 동네 이야기를 취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6~7년 전부터 계속 해왔었어요.
그러다가 5.18 40주기때 김수연 선생님을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손마리아 선생님도 만나뵈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질문: 김환경 감독님도 제주에서 할머니의 굴 이야기로 장소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고 했는데, 그러면 감독님도 장소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계기가 있을까요?
답: 저는 사실 장소 자체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사라지는 것, 단절되는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제작했던 <소리의 촉감>이라는 작품도 그런 이야기고요, 제 관심사입니다. 장소뿐만 아니라 문화, 사람 등 모든 이야기들이 단절되거나 사라질 이야기들을 다시 보는 그런 작업들을 많이 해왔고, 그러다 보니 광천동도 그런 맥락에서 만들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질문: 듣다 보니 <소리의 촉감>도 궁금해지는데요, 어느 곳에서 기후위기, 젠트리피케이션, 지역 소멸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소개를 봤어요. 그것을 보니 이것이 어떤 작품일지 궁금해서, 좀 소개를 해주세요.
답: 정말 감사하게도 이번에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라가서 극장 상영을 하게 되었는데요. 이 소리라는 것이 진동이잖아요. 제가 말을 내뱉으면 이 진동이 선생님들 고막을 진동시켜서 듣게되는 것처럼 이 소리는 촉감에 가깝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어요. 제가 아까 말했듯이 단절되고 사라지는 것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진동을 소리로 포착을 하는건데, 손마리아 선생님이 주인공이세요. 선생님이 듣고 만들어내는 소리를 언젠가 사라지시더라도 언제든지 접촉할 수 있는 느낌을 구현했어요. 몽골 기후위기로 사라지는 유목민, 튀르키예의 시리아 난민, 진도의 씻김굿, 그리고 손마리아 선생님 이렇게 4개의 옴니버스 에피소드로 제작을 했습니다.
질문: 환경 영화제에서 수상을 많이 하셨는데, 감독님께서는 환경영화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답: 아까도 말씀드렸 듯 영화 제목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환경 감독님의 이름은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본명이거든요. 제가 영화를 만들면서 느낀 것은, 이 ‘컴패션’은 알아야지 느껴지는 것이더라고요. 제가 몽골을 취재하면서 기후위기에 충격을 받았던 것처럼 이런 상황을 아니까 컴패션이 생겼습니다. 저는 기후위기도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해결될 것이라고 믿거든요. 이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세계가 넓어지니까요. 그래서 저도 제 방식대로 컴패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고, 이게 곧 기후위기와 관련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고통에 공감한다는 것이 공동체 정신이라면 지금 상황에서 시민아파트 주민들처럼 너나없이 같이 나눴던 공동체는 지금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또 다른 공동체 정신이 있을거라고 보시나요?
답: 그것은 발현되는 방식이 다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시민아파트 주민들처럼 사는 것은 어렵지만 인간의 본성이 있기에 형태는 달라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감독님 영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장소에 대해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저는 평소에 옜날 것들, 옛날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에 대해서 애착과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 현재도 지어진 지 45년 된 연립에서 살고있습니다. 물론 내부 수리는 다 되어있지만 집에 들어갈 때마다 계단이 지어질 때 그대로여서 무슨 이야기들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올라오거든요. 오늘 영화는 초반 장면들이 좋았습니다. 아쉽게도 시민아파트는 허물어지고, 한동안은 존치되어 남는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러면 남는 공간은 재개발된 아파트 사이에 홀로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형태로 바뀌어서 쓰여지는건지, 아니면 이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채 누군가에게는 좀 을씨년스럽기도, 누군가에겐 손가락질 받으며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일까요? 제가 나중에 시민아파트를 보러가게 되었을 때 나는 그곳의 어떤 부분들을 보게 될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감독님께서는 그런 역사를 품은 공간들이 현세의, 후세의 이웃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전시되어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까요?
답: 일단 세 개의 동 중 ‘나’ 동만 존치되기로 했고 이것은 얼마 전에 확정이 났습니다. 여기도 허물어야한다, 존치되어야 한다,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3월 초 쯤 1개의 동만 존치된다고 결정이 났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존치가 되어질 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박물관처럼 될 것 같은데 외부 형태는 유지가 되고, 내부는 들불야학과 관련된 물품들로 채워 박물관처럼 활용을 할 예정이라는 계획만 나와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권한이 있다면 박물관보다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남은 방들을 고쳐 예술가들이 주거하며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실 이 한 동을 존치하는 것만으로도 광천동 재개발 구역 주민들이 손해를 보는 것이거든요. 그 곳에 아파트를 더 세우면 보상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지만 존치하겠다는 것은 주민들의 마음도 있는 것이겠죠. 광주광역시와 결정된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런 마음들이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5.18과 관련된 작품들과 예술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그저 생각만 했습니다.
제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독일에 방문했을 때마다, 사라지는 것을 기록한다고 하니 왜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려고 하냐는 반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라지는 것은 그대로 사라지는 것도 필요한데 그것을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도 편협한 사고를 하는게 아니냐고요. 그 때 저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현명하게 사라지게 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갈등없이 사라질까? 그래서 저도 그런 부분들을 요즘에는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가자 소감_
이렇게 좋은 영화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신다고 하셨는데요. 기후 운동, 생태 운동에서는 멸종 위기종, 동‧식물종들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까 이야기하셨던 컴션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꼈어요. 김영철 선생님과 들불야학을 보면서 문해력에 대한 생각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넘어 미디어를 분석하고, 받아들이고, 정치적인 영역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오랜 기간동안 이루어놨던 민주주의가 문해력이 사라지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도 퇴색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물질적으로 사라지는 것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사라지는 것도 많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저는 광주에서 살았었지만 광천동이 있는 것은 몰랐어요. 오늘 알게되어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16일부터 도청에 있었습니다. 지금 저는 서울에서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데요. 저번에는 인사동에서 전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를 진작에 알았다면 작품을 만들 때 더 도움이 됐을 텐데요. 감사합니다.
저는 3살부터 약 10년 간 광천동 옆 임동에서 살았었어요. 부친께서 그 근처의 회사를 다니셔서 그 곳에 살다가 다시 올라왔는데요. 영화 제목만 보고 ‘여기는 내가 잘 아는 곳인데 무슨 이야기일까?’하며 환경 영화로만 궁금했는데 명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5.18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어려운 주제를 이렇게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다큐멘터리도 참 좋아하고, 아는 감독님도 몇 분 계신데 박동희 감독님도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고, 영화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감독님께서 계속 언급하신 컴션은 우리 사회와 환경에서 매우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자립 준비 청년들과 함께 활동도 하고 있어요. 김영철 선생님께서 시민아파트의 주민들을 위해 노력하신 것을 들으면서 어려운 처지에 있었던 사람이 감싸안을 수 있는 능력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김영철 선생님의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영화는 환경뿐 아니라 사회에 있어서 어떻게 바라보고 가야 할 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기후변화씨네톡 워킹그룹은 항상 여러분들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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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님들과의 소통을 통해 늘 영감 있는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5월 15일(목요일)에도 여러분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기후변화씨네톡’은 기후변화 문제를 시민들이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월 세 번째 목요일에 기후변화&환경 관련 영화 상영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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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기후변화씨네톡] 광천동 김환경
글 : 김은영 (푸른아시아 전략홍보실 활동가)
2025년 4월 기후변화씨네톡은 '광천동 김환경' 이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핵심도시라고 불리는 광주. 광주의 대표적인 빈민촌 중 하나인 '광천동'에 청년 미디어 아티스트 김환경이 거주하기 시작합니다. 주민들이 건네는 이야기들에는 초기 도시 빈민들의 삶, 최초의 광주 민주화 운동, 그리고 근래 이루어지는 빠른 재개발에 대한 고민들이 담겨있습니다. <광천동 김환경>은 청년 미디어 아티스트의 눈으로 그리는 한국의 도시사와 민주주의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상영 후 제작자 박동희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기후변화씨네톡 상영회와 질의, 소감나눔에 참여해주신 참가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제작자 박동희 감독과의 대화_
질문: 영화 제목도 <광천동 김환경>이지만 연출에는 박동희 감독님, 김환경 감독님 두 분이 같이 나와계신데 박동희 감독님은 영화에서 거의 드러나시지 않으셔서, 영화를 제작할 때 협업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답: 제가 광주방송 PD인데요, 이제 방송국에서의 PD와 영화에서의 PD랑은 좀 다르죠. 저는 우선 이 시나리오 작성부터 촬영, 편집 전반적인 것을 했습니다. 그리고 김환경 감독님은 사실 저의 친한 동생입니다. 원래는 제가 시민아파트에 살려고 했었는데 제가 사는 것보다는 김환경 감독님이 특색이 있고, 강렬해 보여서 섭외를 했고, 김환경 감독님도 흔쾌히 수락을 했습니다. 그리고 손마리아 할머니와 김수연 선생님의 인연은 이 영화를 찍기 전부터 제가 광주에서 약 10년 간 일을 하며 이미 알고 계션던 분들이고, 환경 감독님과 만나는 장면은 제가 연결을 해주었습니다. 촬영은 제가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 보이지는 않고요, 목소리가 한 두 번 나오는데 다들 눈치 못채셨을 거예요.
질문: 그렇다면 혹시 김환경 감독님이 통화하는 장면에서 그 ‘형’이 박동희 감독님이신건가요?
답: 네 맞습니다. 시나리오를 제가 전략적으로 만들었고, 환경 감독님이 그에 충실하게 잘 해줬습니다. 물론 환경 감독님의 색채도 잘 드러났습니다.
질문: 그러면 김환경 감독님은 배우로서의 역할도 하신건가요?
답: 배우의 역할도 있지만 유튜브로 치면 유튜버는 본인이 연출도 하고 출연도 하고 편집도 하잖아요, 그런 1인 미디어처럼 출연도 하고, 편집도 많이 했고, 공동 연출입니다.
질문: 영화에 ‘들불야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거기에 대해서 설명을 더 해주실 수 있나요?
답: 영화에 나왔듯이 아시아 자동차(현재 기아 자동차)의 노동자들이 시민아파트에 많이 거주하고 계셨어요. 그 당시에는 착취당해도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노동권이나 검정고시 공부를 도와주는 것이 형성이 되었어요. 그 때 김영철 선생님께서 사회운동을 하기 위해 시민아파트에 들어오시게 됩니다. 김영철 선생님은 모자원, 그러니까 고아원에서 매우 어렵게 자라셨다고 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돕기를 원하셨고 광천동에서 사회운동, 그리고 아이들을 함께 케어하고 전남대학교 학생들과 만나면서 점점 커졌죠. 그 당시에는 매우 즐거우셨고 항상 다같이 떠들썩하게 재미있게 지내셨다고 해요. 그러다가 5.18때 거의 다 돌아가시게 되셨죠.
질문: 감독님께서는 그 전에 손마리아 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을 이미 알고 계셨다고 했는데, 그러면 들불야학을 했던 것을 아시고 시민아파트에 대한 영화를 생각하셨던 건가요? 처음에는 어떻게 시나리오를 쓰게 되셨나요?
답: 제가 현재 광천동에 살고 있어요. 광천동에는 저희 회사가 있고, 제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이 있고 그 다음 광천동 재개발 구역이 섬처럼 있어요. 저는 매일 출근을 하면서 이 동네가 특이하니까, 저는 서울에서 와서 이런 것들이 신기했거든요. 이제 출근길에 왔다 갔다 하면서 내가 이 동네 이야기를 취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6~7년 전부터 계속 해왔었어요.
그러다가 5.18 40주기때 김수연 선생님을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손마리아 선생님도 만나뵈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질문: 김환경 감독님도 제주에서 할머니의 굴 이야기로 장소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고 했는데, 그러면 감독님도 장소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계기가 있을까요?
답: 저는 사실 장소 자체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사라지는 것, 단절되는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제작했던 <소리의 촉감>이라는 작품도 그런 이야기고요, 제 관심사입니다. 장소뿐만 아니라 문화, 사람 등 모든 이야기들이 단절되거나 사라질 이야기들을 다시 보는 그런 작업들을 많이 해왔고, 그러다 보니 광천동도 그런 맥락에서 만들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질문: 듣다 보니 <소리의 촉감>도 궁금해지는데요, 어느 곳에서 기후위기, 젠트리피케이션, 지역 소멸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소개를 봤어요. 그것을 보니 이것이 어떤 작품일지 궁금해서, 좀 소개를 해주세요.
답: 정말 감사하게도 이번에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라가서 극장 상영을 하게 되었는데요. 이 소리라는 것이 진동이잖아요. 제가 말을 내뱉으면 이 진동이 선생님들 고막을 진동시켜서 듣게되는 것처럼 이 소리는 촉감에 가깝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어요. 제가 아까 말했듯이 단절되고 사라지는 것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진동을 소리로 포착을 하는건데, 손마리아 선생님이 주인공이세요. 선생님이 듣고 만들어내는 소리를 언젠가 사라지시더라도 언제든지 접촉할 수 있는 느낌을 구현했어요. 몽골 기후위기로 사라지는 유목민, 튀르키예의 시리아 난민, 진도의 씻김굿, 그리고 손마리아 선생님 이렇게 4개의 옴니버스 에피소드로 제작을 했습니다.
질문: 환경 영화제에서 수상을 많이 하셨는데, 감독님께서는 환경영화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답: 아까도 말씀드렸 듯 영화 제목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환경 감독님의 이름은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본명이거든요. 제가 영화를 만들면서 느낀 것은, 이 ‘컴패션’은 알아야지 느껴지는 것이더라고요. 제가 몽골을 취재하면서 기후위기에 충격을 받았던 것처럼 이런 상황을 아니까 컴패션이 생겼습니다. 저는 기후위기도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해결될 것이라고 믿거든요. 이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세계가 넓어지니까요. 그래서 저도 제 방식대로 컴패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고, 이게 곧 기후위기와 관련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고통에 공감한다는 것이 공동체 정신이라면 지금 상황에서 시민아파트 주민들처럼 너나없이 같이 나눴던 공동체는 지금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또 다른 공동체 정신이 있을거라고 보시나요?
답: 그것은 발현되는 방식이 다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시민아파트 주민들처럼 사는 것은 어렵지만 인간의 본성이 있기에 형태는 달라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감독님 영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장소에 대해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저는 평소에 옜날 것들, 옛날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에 대해서 애착과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 현재도 지어진 지 45년 된 연립에서 살고있습니다. 물론 내부 수리는 다 되어있지만 집에 들어갈 때마다 계단이 지어질 때 그대로여서 무슨 이야기들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올라오거든요. 오늘 영화는 초반 장면들이 좋았습니다. 아쉽게도 시민아파트는 허물어지고, 한동안은 존치되어 남는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러면 남는 공간은 재개발된 아파트 사이에 홀로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형태로 바뀌어서 쓰여지는건지, 아니면 이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채 누군가에게는 좀 을씨년스럽기도, 누군가에겐 손가락질 받으며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일까요? 제가 나중에 시민아파트를 보러가게 되었을 때 나는 그곳의 어떤 부분들을 보게 될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감독님께서는 그런 역사를 품은 공간들이 현세의, 후세의 이웃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전시되어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까요?
답: 일단 세 개의 동 중 ‘나’ 동만 존치되기로 했고 이것은 얼마 전에 확정이 났습니다. 여기도 허물어야한다, 존치되어야 한다,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3월 초 쯤 1개의 동만 존치된다고 결정이 났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존치가 되어질 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박물관처럼 될 것 같은데 외부 형태는 유지가 되고, 내부는 들불야학과 관련된 물품들로 채워 박물관처럼 활용을 할 예정이라는 계획만 나와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권한이 있다면 박물관보다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남은 방들을 고쳐 예술가들이 주거하며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실 이 한 동을 존치하는 것만으로도 광천동 재개발 구역 주민들이 손해를 보는 것이거든요. 그 곳에 아파트를 더 세우면 보상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지만 존치하겠다는 것은 주민들의 마음도 있는 것이겠죠. 광주광역시와 결정된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런 마음들이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5.18과 관련된 작품들과 예술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그저 생각만 했습니다.
제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독일에 방문했을 때마다, 사라지는 것을 기록한다고 하니 왜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려고 하냐는 반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라지는 것은 그대로 사라지는 것도 필요한데 그것을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도 편협한 사고를 하는게 아니냐고요. 그 때 저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현명하게 사라지게 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갈등없이 사라질까? 그래서 저도 그런 부분들을 요즘에는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가자 소감_
이렇게 좋은 영화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신다고 하셨는데요. 기후 운동, 생태 운동에서는 멸종 위기종, 동‧식물종들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까 이야기하셨던 컴션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꼈어요. 김영철 선생님과 들불야학을 보면서 문해력에 대한 생각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넘어 미디어를 분석하고, 받아들이고, 정치적인 영역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오랜 기간동안 이루어놨던 민주주의가 문해력이 사라지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도 퇴색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물질적으로 사라지는 것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사라지는 것도 많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저는 광주에서 살았었지만 광천동이 있는 것은 몰랐어요. 오늘 알게되어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16일부터 도청에 있었습니다. 지금 저는 서울에서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데요. 저번에는 인사동에서 전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를 진작에 알았다면 작품을 만들 때 더 도움이 됐을 텐데요. 감사합니다.
저는 3살부터 약 10년 간 광천동 옆 임동에서 살았었어요. 부친께서 그 근처의 회사를 다니셔서 그 곳에 살다가 다시 올라왔는데요. 영화 제목만 보고 ‘여기는 내가 잘 아는 곳인데 무슨 이야기일까?’하며 환경 영화로만 궁금했는데 명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5.18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어려운 주제를 이렇게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다큐멘터리도 참 좋아하고, 아는 감독님도 몇 분 계신데 박동희 감독님도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고, 영화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감독님께서 계속 언급하신 컴션은 우리 사회와 환경에서 매우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자립 준비 청년들과 함께 활동도 하고 있어요. 김영철 선생님께서 시민아파트의 주민들을 위해 노력하신 것을 들으면서 어려운 처지에 있었던 사람이 감싸안을 수 있는 능력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김영철 선생님의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영화는 환경뿐 아니라 사회에 있어서 어떻게 바라보고 가야 할 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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