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기후변화씨네톡] 히어 나우 프로젝트(The Here Now Project)
글 : 김은영 (푸른아시아 전략홍보실 활동가)

2025년 5월 기후변화씨네톡은 ‘히어 나우 프로젝트(The Here Now Project)’였습니다.
브루클린의 거리부터 시베리아의 숲까지, 끊임없는 화재, 홍수, 폭풍이 연속적으로 일어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기후 과학자들이 예측해온 극심한 기상 이변은 현실이 되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기후위기는 우리와 상관없고, 우리가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히어 나우 프로젝트>에서는 평범한 시선들을 통해 2021년 한 해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에 폭설로 인해 모든 것이 마비되었고, 튀르키예의 바다는 과도하게 생성된 해양 점액질로 인해 물고기들이 죽어갔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40도에 이르는 폭염과 산불로, 독일 서부와 중국 정저우시는 폭우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지구 온난화 컨텐츠라는 마취제”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는 기후위기 컨텐츠에 무감각해져버렸습니다. 내레이션도, 전문가의 인터뷰도 없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평범한 영상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문제들이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증언이 됩니다. 그리고 인간적인 회복력과 용기로 기후위기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 이 문제에 직면해있다는 메시지를 세계로부터 세계에 보냅니다.
영화 상영 후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민정희 사무총장님과 산청 성심원 엄삼용 알로이시오 수사님과 함께 우리가 겪는 재난의 현주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후변화씨네톡 상영회와 질의, 소감나눔에 참여해주신 참가자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민정희(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사무총장): 저는 이번 산불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안동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안동이 피해를 크게 입었다고 해서 갔는데요. 산불로 인해 주변이 탔잖아요. 그래서 집 안쪽에 그을음이 생겨서 가구며, 가재도구들이 모두 까맣게 그을렸더라고요. 가구를 끄집어내서 그것들을 다 닦는데 아무리 닦아도 잘 닦아지지도 않았습니다. 주민 분들이 혼자서 하려면 일주일은 넘게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도와줘서 고맙다, 위로가 많이 된다고 하셨지만 그것보다도 주민분들이 너무나도 낙담을 하고 있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어요. 특히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이 많으셨고요. 그리고 피해 현장을 봤는데 뉴스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더 충격이었습니다. 어떤 마을은 전부 타서 샌드위치 패널이 엿가락처럼 휘어버렸고요. 산 밑에 바로 있는 마을뿐만아니라 불덩이가 강풍에 날라와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집도 갑자기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고요. 물리적으로도 피해를 많이 입었지만, 다들 산불이라는 재난으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이 가장 크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귀농한 청년 농부들도, 정착을 준비하고 기반을 만들어놨는데 그것이 다 무너져 내렸고요, 사과 재배하는 농민분은 사과 저장 창고를 만들어놨는데 그것이 다 타버렸대요. 그래서 재난이라고 하는 것이 물질적으로 뿐만 아니라 매우 큰 충격으로 인해 더 힘든 분들이 많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엄삼용 알로이시오 수사(산청 성심원 원장): 이렇게 산청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산불은 약 10일 정도 진화되지 않은 큰 산불이었습니다. 산청에 저희 성심원이 있다보니 많이들 걱정해주셨고, 저 또한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저희는 산불 발화 지점과 거리가 좀 있었음에도 자욱할 정도로 산불 연기가 넘어왔습니다. 이번 산불로 4명이 사망하고 2,300억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이 뿐만 아니라 경남 지역을 포함한 전국적인 축제, 행사 등이 모두 취소가 되었습니다. 옆에서 속수무책으로 산불을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산불이 발화된 지점이 깊은 산 속에 급경사가 있어 인력 투입도 어렵고, 산에 낙엽이 쌓여 진화가 더 어려웠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낙엽이라던지, 잔가지들을 다 긁어 모아 땔감으로 쓰고 그랬었는데 지금 우리 생활은 편리해진만큼 이제는 그런 것들이 필요 없게 되었네요. 그래서 저희가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려고 산청 수도원을 대피소로 개방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방 하나 들고 내가 이렇게 대피하게 될 줄 몰랐다며 오시는 모습을 보며 산불 피해가 너무나도 심하다는 것이 실감났습니다. 산불은 더더욱 따뜻한 날씨와 건조한 바람이라든지, 나무라든지 자연 재해처럼 발생을 할 수도 있으니 이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럴 때 어떻게 대비를 해야하나, 고민도 들면서 큰일을 겪었습니다.
질문: 이번 산불과 기후위기를 연관지을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는 이런 재난 가운데 어떠한 일,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두 분의 생각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민정희: 산불과 관련해서 최근 산림청의 정책 등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었는데요. 수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예전에는 숲 안의 낙엽 등을 다 꺼냈는데, 요즘에는 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림청에 대한 탓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요, 어쨌거나 산불의 원인은 자연발화 등이 있지만 결국 대규모로 확산되는 것은 고온 건조한 기온이잖아요. 산림청의 통계만 봐도 해를 거듭할수록 산불 피해 면적이 더 커지거든요. 왜 이렇게 피해 규모가 커지는지 생각해보면 기온 상승과도 관련이 있어보여요. 또한 소나무를 많이 식재한 것도 산불에 취약한 구조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도 합니다. 좀 덜 타는 나무가 있고 잘 타는 나무가 있잖아요. 정책이 바뀌어야 할 것 같고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노력하는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도 늦출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씀한 장면이 있었는데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부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정책, 조치를 강구하고, 실제로 이행해야만 가능한 일 같아요. 그렇게 하려면 우리는 우리 목소리,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많이 내며 정부에 요구해야 하고요. 비단 기후변화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여러 문제들이 있잖아요. 시민들의 목소리가 없다면 개선되거나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시민들이 모두 동참하여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엄삼용: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사무총장님께서 다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저는 강릉에 오래 살았어요. 강릉에서도 온갖 산불을 다 겪었죠. 그런데 산청에 오니까 더 큰 산불이 나는거예요. 이제 안전지대가 한 군데도 없구나, 모두 위험하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정부에 다각적으로 정책을 요구해야 하는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질문: 산림청은 지역 주민들을 탓하고, 주민들은 산림청을 탓하고, 또 다른 문제들도 개입이 되는 것을 보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서로 떠밀고만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 재앙임을 모르고 우리 동네의 수문을 열까 말까 정도의 논의만 필요했다면 이제는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재앙임을 다 알고 있잖아요. 언제 우리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몰라요. 산불 문제도 산림청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고 환경부도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지금까지 기후 문제가 너무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간에 기후위기 문제는 우리와 직결된 것이라서 환경과, 지역 주민들과, 에너지 등 협의가 만들어지면 좋겠는데 혹시 이것에 대해 알고있는지요?
민정희: 말씀하신 대로 우리나라는 기후위기 대응, 환경보전 등이 통합적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이 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환경부가 보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이것은 아니거든요. 공항건설도 내버려두고, 개발도 용인하고... 정말 제대로 하려면 저는 행정부 안에 기구가 있어야하고, 권한이 많이 주어져야 될 것이라고 보거든요. 예를 들어 전기와 관련한 것은 산업부에서 전기위원회가 있잖아요. 그쪽에 전문가 위주로 구성되어있는데 사실 교수라던지, 연구자들 뿐만 아니라 전기와 관련된 이해 관계자들이 많이 있잖아요. 발전 노동자도 이해 관계자인데 그들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어요. 탄소중립위원회도 마찬가지예요. 100명의 위원들로 구성할 수 있는데 거기에 시민사회는 10명안팎으로 들어가게 되었거든요. 제 개인적인 이야기긴 하지만 정부 산하 기구 안에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거버넌스를 잘 만들어야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통합적으로 기후위기를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사실 저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질문: 시간이 다 되었는데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엄삼용: 제 배경(ZOOM)을 보시면 저희 산청 성심원 뒤의 산입니다. 산청하면 산이 높고 크다는 것이 매력인데, 이번 재난을 겪으며 위험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고, 많이 불안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산불을 덮고 피해만 보상해주면 그만이지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사고의 원인을 알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고 많이 느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가야겠다고 생각이 들고 많이 유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민정희: 재난은 예고가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지역이 더 취약한지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위험하니 미리 대비를 하도록 바꿔야해, 하면서 시민 권한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의지가 없는 것 같아요. 저희 단체랑 연대하고 있는 한 아프리카 지역 활동가는 주민들과 함께 위험지역을 맵핑하는 일을 했는데요. 이것처럼 지역 내에서 이러한 활동들을 하며 관계를 맺어나가고, 하나의 운동으로 만들어 우리가 원하는 사회에 대한 미래를 함께 그리고, 비전을 세우고, 힘을 키워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가자 소감_
저는 제 경험을 나누고 싶은데요. 1990년 9월에 3일간 비가 엄청나게 내렸어요. 문정, 풍납, 성내동 일대가 다 물에 잠겼고 제가 사는 아파트도 피해를 입었는데요. 성내천에 수위 조절하는 장치가 없었고 댐 수문은 열 수 밖에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었어요. 오후 3시 쯤 제가 이렇게 내려다보니 바닥이 살랑살랑 잠기기 시작했어요. 그때만 해도 영화에서처럼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게 뛰어놀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동차 바퀴가 물에 잠기더라고요. 저는 심각했는데 주위 분들은 심각성을 못느끼시더라고요.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남편한테 일찍 들어오라고 말을 했는데 주차장에 차를 못 댈 정도였고 멀리 차를 놓고 왔어요. 저녁을 먹으니 아파트 안내방송으로 모든 전원을 끄고 보조 발전기를 돌려야한다고 나오더라고요. 저는 그때 너무 놀라서 아이들과 남편과 대피를 하는데 나가보니 이미 물이 가슴까지 차있더라고요. 그래도 주위 분들은 저보고 겁이 많다고 했고, 그 세대에서는 저만 나왔거든요. 멀리 대놓은 차까지 갔는데 차 바퀴가 잠겨있더라고요. 그렇게 친정으로 대피를 했는데 제가 집에 다시 들어가기까지 1달 반이 걸렸어요. 그때는 기름을 썼으니 아파트 벽면에 기름이 다 퍼져버렸고, 밤새 1층까지 물이 다 잠겨버렸어요. 다음날 뉴스에 보니 보트랑 헬리콥터가 사람들을 구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물이라는 것은 쓰나미처럼 올 수 있지만, 비가 다 그쳐도 슬금슬금 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어요. 그 뒤로 집안 온도가 30도가 되어야 겨우 에어컨을 켜요. 오늘 영화를 보면서 명확해졌는데 저도 나름대로의 위기의식을 살아가고 있었던 거예요. 자동차도 일이 있을 땐 사용을 했다가 지금은 없앴어요. 마트에서도 무겁지만 들고 가고요. 이런 것들은 제가 지금 나이가 들었어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은 1990년 그 이전부터 문제가 발생한 거예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더 심각해질 상황을 대비하여 스스로 자제하고, 화석연료도 덜 쓰는데에 동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요즘 걱정이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산불이 강원도 쪽에서만 주로 났는데, 지금은 이게 남쪽으로, 지리산까지 내려왔잖아요. 이렇게까지 규모가 커진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서해에도 있긴 하지만 동해 쪽에는 원전이 있잖아요. 저는 그게 굉장히 무섭거든요. 몇 년 전에는 산불때문에 울진 원전 안까지 불씨가 들어왔다고 하는데 이게 점점 규모가 커진다면 원전도 위험하다, 빨리 원전 문 닫아야되는거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기온이 높아지면 우리가 원전 냉각할 때 바닷물을 많이 쓰잖아요. 그런데 바닷물도 지구 평균보다 우리나라 해수 온도가 더 높아요. 그만큼 기온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인데요.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기온이 너무 높아지다보니 강물로 원전을 식힐 수 없어서 반 이상 가동을 중단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 정도로 원전은 안전하지 않고, 우리가 기후위기 대응을 하면서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해야한다고 시민사회에서는 많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씨네톡 워킹그룹은 항상 여러분들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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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님들과의 소통을 통해 늘 영감 있는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6월 19일(목요일)에도 여러분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기후변화씨네톡’은 기후변화 문제를 시민들이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월 세 번째 목요일에 기후변화&환경 관련 영화 상영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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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기후변화씨네톡] 히어 나우 프로젝트(The Here Now Project)
글 : 김은영 (푸른아시아 전략홍보실 활동가)
2025년 5월 기후변화씨네톡은 ‘히어 나우 프로젝트(The Here Now Project)’였습니다.
“지구 온난화 컨텐츠라는 마취제”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는 기후위기 컨텐츠에 무감각해져버렸습니다. 내레이션도, 전문가의 인터뷰도 없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평범한 영상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문제들이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증언이 됩니다. 그리고 인간적인 회복력과 용기로 기후위기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 이 문제에 직면해있다는 메시지를 세계로부터 세계에 보냅니다.
민정희(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사무총장): 저는 이번 산불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안동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안동이 피해를 크게 입었다고 해서 갔는데요. 산불로 인해 주변이 탔잖아요. 그래서 집 안쪽에 그을음이 생겨서 가구며, 가재도구들이 모두 까맣게 그을렸더라고요. 가구를 끄집어내서 그것들을 다 닦는데 아무리 닦아도 잘 닦아지지도 않았습니다. 주민 분들이 혼자서 하려면 일주일은 넘게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도와줘서 고맙다, 위로가 많이 된다고 하셨지만 그것보다도 주민분들이 너무나도 낙담을 하고 있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어요. 특히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이 많으셨고요. 그리고 피해 현장을 봤는데 뉴스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더 충격이었습니다. 어떤 마을은 전부 타서 샌드위치 패널이 엿가락처럼 휘어버렸고요. 산 밑에 바로 있는 마을뿐만아니라 불덩이가 강풍에 날라와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집도 갑자기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고요. 물리적으로도 피해를 많이 입었지만, 다들 산불이라는 재난으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이 가장 크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귀농한 청년 농부들도, 정착을 준비하고 기반을 만들어놨는데 그것이 다 무너져 내렸고요, 사과 재배하는 농민분은 사과 저장 창고를 만들어놨는데 그것이 다 타버렸대요. 그래서 재난이라고 하는 것이 물질적으로 뿐만 아니라 매우 큰 충격으로 인해 더 힘든 분들이 많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엄삼용 알로이시오 수사(산청 성심원 원장): 이렇게 산청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산불은 약 10일 정도 진화되지 않은 큰 산불이었습니다. 산청에 저희 성심원이 있다보니 많이들 걱정해주셨고, 저 또한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저희는 산불 발화 지점과 거리가 좀 있었음에도 자욱할 정도로 산불 연기가 넘어왔습니다. 이번 산불로 4명이 사망하고 2,300억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이 뿐만 아니라 경남 지역을 포함한 전국적인 축제, 행사 등이 모두 취소가 되었습니다. 옆에서 속수무책으로 산불을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산불이 발화된 지점이 깊은 산 속에 급경사가 있어 인력 투입도 어렵고, 산에 낙엽이 쌓여 진화가 더 어려웠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낙엽이라던지, 잔가지들을 다 긁어 모아 땔감으로 쓰고 그랬었는데 지금 우리 생활은 편리해진만큼 이제는 그런 것들이 필요 없게 되었네요. 그래서 저희가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려고 산청 수도원을 대피소로 개방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방 하나 들고 내가 이렇게 대피하게 될 줄 몰랐다며 오시는 모습을 보며 산불 피해가 너무나도 심하다는 것이 실감났습니다. 산불은 더더욱 따뜻한 날씨와 건조한 바람이라든지, 나무라든지 자연 재해처럼 발생을 할 수도 있으니 이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럴 때 어떻게 대비를 해야하나, 고민도 들면서 큰일을 겪었습니다.
질문: 이번 산불과 기후위기를 연관지을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는 이런 재난 가운데 어떠한 일,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두 분의 생각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민정희: 산불과 관련해서 최근 산림청의 정책 등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었는데요. 수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예전에는 숲 안의 낙엽 등을 다 꺼냈는데, 요즘에는 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림청에 대한 탓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요, 어쨌거나 산불의 원인은 자연발화 등이 있지만 결국 대규모로 확산되는 것은 고온 건조한 기온이잖아요. 산림청의 통계만 봐도 해를 거듭할수록 산불 피해 면적이 더 커지거든요. 왜 이렇게 피해 규모가 커지는지 생각해보면 기온 상승과도 관련이 있어보여요. 또한 소나무를 많이 식재한 것도 산불에 취약한 구조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도 합니다. 좀 덜 타는 나무가 있고 잘 타는 나무가 있잖아요. 정책이 바뀌어야 할 것 같고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노력하는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도 늦출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씀한 장면이 있었는데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부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정책, 조치를 강구하고, 실제로 이행해야만 가능한 일 같아요. 그렇게 하려면 우리는 우리 목소리,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많이 내며 정부에 요구해야 하고요. 비단 기후변화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여러 문제들이 있잖아요. 시민들의 목소리가 없다면 개선되거나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시민들이 모두 동참하여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엄삼용: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사무총장님께서 다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저는 강릉에 오래 살았어요. 강릉에서도 온갖 산불을 다 겪었죠. 그런데 산청에 오니까 더 큰 산불이 나는거예요. 이제 안전지대가 한 군데도 없구나, 모두 위험하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정부에 다각적으로 정책을 요구해야 하는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질문: 산림청은 지역 주민들을 탓하고, 주민들은 산림청을 탓하고, 또 다른 문제들도 개입이 되는 것을 보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서로 떠밀고만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 재앙임을 모르고 우리 동네의 수문을 열까 말까 정도의 논의만 필요했다면 이제는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재앙임을 다 알고 있잖아요. 언제 우리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몰라요. 산불 문제도 산림청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고 환경부도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지금까지 기후 문제가 너무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간에 기후위기 문제는 우리와 직결된 것이라서 환경과, 지역 주민들과, 에너지 등 협의가 만들어지면 좋겠는데 혹시 이것에 대해 알고있는지요?
민정희: 말씀하신 대로 우리나라는 기후위기 대응, 환경보전 등이 통합적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이 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환경부가 보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이것은 아니거든요. 공항건설도 내버려두고, 개발도 용인하고... 정말 제대로 하려면 저는 행정부 안에 기구가 있어야하고, 권한이 많이 주어져야 될 것이라고 보거든요. 예를 들어 전기와 관련한 것은 산업부에서 전기위원회가 있잖아요. 그쪽에 전문가 위주로 구성되어있는데 사실 교수라던지, 연구자들 뿐만 아니라 전기와 관련된 이해 관계자들이 많이 있잖아요. 발전 노동자도 이해 관계자인데 그들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어요. 탄소중립위원회도 마찬가지예요. 100명의 위원들로 구성할 수 있는데 거기에 시민사회는 10명안팎으로 들어가게 되었거든요. 제 개인적인 이야기긴 하지만 정부 산하 기구 안에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거버넌스를 잘 만들어야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통합적으로 기후위기를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사실 저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질문: 시간이 다 되었는데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엄삼용: 제 배경(ZOOM)을 보시면 저희 산청 성심원 뒤의 산입니다. 산청하면 산이 높고 크다는 것이 매력인데, 이번 재난을 겪으며 위험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고, 많이 불안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산불을 덮고 피해만 보상해주면 그만이지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사고의 원인을 알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고 많이 느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가야겠다고 생각이 들고 많이 유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민정희: 재난은 예고가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지역이 더 취약한지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위험하니 미리 대비를 하도록 바꿔야해, 하면서 시민 권한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의지가 없는 것 같아요. 저희 단체랑 연대하고 있는 한 아프리카 지역 활동가는 주민들과 함께 위험지역을 맵핑하는 일을 했는데요. 이것처럼 지역 내에서 이러한 활동들을 하며 관계를 맺어나가고, 하나의 운동으로 만들어 우리가 원하는 사회에 대한 미래를 함께 그리고, 비전을 세우고, 힘을 키워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가자 소감_
저는 제 경험을 나누고 싶은데요. 1990년 9월에 3일간 비가 엄청나게 내렸어요. 문정, 풍납, 성내동 일대가 다 물에 잠겼고 제가 사는 아파트도 피해를 입었는데요. 성내천에 수위 조절하는 장치가 없었고 댐 수문은 열 수 밖에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었어요. 오후 3시 쯤 제가 이렇게 내려다보니 바닥이 살랑살랑 잠기기 시작했어요. 그때만 해도 영화에서처럼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게 뛰어놀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동차 바퀴가 물에 잠기더라고요. 저는 심각했는데 주위 분들은 심각성을 못느끼시더라고요.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남편한테 일찍 들어오라고 말을 했는데 주차장에 차를 못 댈 정도였고 멀리 차를 놓고 왔어요. 저녁을 먹으니 아파트 안내방송으로 모든 전원을 끄고 보조 발전기를 돌려야한다고 나오더라고요. 저는 그때 너무 놀라서 아이들과 남편과 대피를 하는데 나가보니 이미 물이 가슴까지 차있더라고요. 그래도 주위 분들은 저보고 겁이 많다고 했고, 그 세대에서는 저만 나왔거든요. 멀리 대놓은 차까지 갔는데 차 바퀴가 잠겨있더라고요. 그렇게 친정으로 대피를 했는데 제가 집에 다시 들어가기까지 1달 반이 걸렸어요. 그때는 기름을 썼으니 아파트 벽면에 기름이 다 퍼져버렸고, 밤새 1층까지 물이 다 잠겨버렸어요. 다음날 뉴스에 보니 보트랑 헬리콥터가 사람들을 구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물이라는 것은 쓰나미처럼 올 수 있지만, 비가 다 그쳐도 슬금슬금 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어요. 그 뒤로 집안 온도가 30도가 되어야 겨우 에어컨을 켜요. 오늘 영화를 보면서 명확해졌는데 저도 나름대로의 위기의식을 살아가고 있었던 거예요. 자동차도 일이 있을 땐 사용을 했다가 지금은 없앴어요. 마트에서도 무겁지만 들고 가고요. 이런 것들은 제가 지금 나이가 들었어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은 1990년 그 이전부터 문제가 발생한 거예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더 심각해질 상황을 대비하여 스스로 자제하고, 화석연료도 덜 쓰는데에 동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요즘 걱정이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산불이 강원도 쪽에서만 주로 났는데, 지금은 이게 남쪽으로, 지리산까지 내려왔잖아요. 이렇게까지 규모가 커진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서해에도 있긴 하지만 동해 쪽에는 원전이 있잖아요. 저는 그게 굉장히 무섭거든요. 몇 년 전에는 산불때문에 울진 원전 안까지 불씨가 들어왔다고 하는데 이게 점점 규모가 커진다면 원전도 위험하다, 빨리 원전 문 닫아야되는거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기온이 높아지면 우리가 원전 냉각할 때 바닷물을 많이 쓰잖아요. 그런데 바닷물도 지구 평균보다 우리나라 해수 온도가 더 높아요. 그만큼 기온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인데요.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기온이 너무 높아지다보니 강물로 원전을 식힐 수 없어서 반 이상 가동을 중단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 정도로 원전은 안전하지 않고, 우리가 기후위기 대응을 하면서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해야한다고 시민사회에서는 많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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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목요일)에도 여러분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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