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기후변화씨네톡] 메뚜기 공화국(Grasshopper Republic)

[6월 기후변화씨네톡] '메뚜기 공화국(Grasshopper Republic)'


글 : 김이준수 (푸른아시아 기후와공동체실 활동가)


메뚜기 떼를 좇는 모험의 끝

 

많은 사람에게 메뚜기는 익숙한 단어이자 곤충이다. 다만 그 익숙함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앞설 것 같다. 영화 등에서 메뚜기는 대개 떼로 등장했다. 경작지를 쑥대밭으로 만들거나 재앙을 알리는 신호였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메뚜기를 식용으로 먹었다는 무용담에 더해 식용 메뚜기 사육의 공포를 담은 <더 스웜>(2021)은 속이 메스꺼워질 지경이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2022)은 공룡보다 메뚜기가 더 무섭다. 철학이나 사회적 가치 없는 유전자 조작의 공포가 스멀거린다. 오죽하면 출애굽기에서 메뚜기는 이집트에 내려진 열 개 재앙 중 여덟 번째 재앙이었을까.(출 10:1-20) 도서관 자리 등을 전전하는 이를 일컫는 비유 ‘메뚜기’도 부정적인 어감을 띤다. 방송인 유재석 씨 별명도 메뚜기다.

 

이런 마당에 <메뚜기 공화국>은 색다른 접근을 보여준다. 메뚜기와 인간, (자연)생태와 생계 등이 얽힌 복잡다단한 구조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다큐를 보면서 메뚜기가 주인공이라는 감독 의도에 따르고자 했다. 인간 시선으로 메뚜기를 바라보려는 관성을 떨치고자 애썼다. 한동안 내셔널지오그래픽인가 싶었다. 곤충의 신비나 세계를 다루는 듯, 근접 촬영한 메뚜기 애벌레와 탈피 등을 비롯해 닭, 오리, 딱정벌레 등 다양한 생명도 함께였다. 내셔널지오그래픽스러운 정취는 매끈하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이 다큐에서 메뚜기 떼는 식량 안보를 위협하거나 재앙의 신호로 작동하는 빌런(악당)이 아니다. 한마디로 ‘메뚜기는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시네마 베리떼(대상 움직임에 따른 즉흥성을 다양한 의식으로 포착하려는 영화적 시도) 형식으로 보여준다. 갈지자처럼 뷰파인더를 옮기는 카메라가 무엇을 좇는지 궁금증도 유발하지만, 종국에는 인간과 메뚜기(자연)의 관계를 고찰하게 만든다. 메뚜기 생리를 이용, 돈벌이에 나선 사냥꾼 무리와 포획한 사냥감을 거래하는 경매시장 풍경, 프라이팬 위에서 인간의 생계와 생존을 위해 작동하는 구조까지 다양한 관점이 교차한다. 물론 메뚜기는 말이 없고, 이 구조에 명징한 답도 없다. 문화 혹은 문화적 다양성으로 포장될 수도 있겠지만, 메뚜기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보면서 메뚜기 입장에서 생각했다. 메뚜기가 이렇게 속삭였다. “우리를 빌런으로 만든 건, 결국 너희(인간)가 아니냐.”



인간(의 행동)이 큰 비중을 차지해 눈덩이처럼 키운 기후위기로 2020년 안팎 아프리카 대륙에 메뚜기 떼가 창궐했다고 한다. 다큐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녹색 네온을 통해 덫으로 유인한 메뚜기 떼에 대응해 떼로 모여든 인간 군상의 몸짓은 묘한 감상을 부른다. 이질적인 세계의 충돌이 빚은 결과다. 메뚜기가 산업이 되고, 메뚜기로 유지되는 사회경제 구조는 생경하고 놀라웠다. ‘달에서 왔다’는 메뚜기 떼를 좇는 모험의 끝, 나는 물음표를 달았다. 메뚜기란 무엇인가? 다큐의 전과 후가 달라진 메뚜기에게 나는 전에 없던 미안함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씨네톡 상영회에 참가해주시고 피드백(의견, 소감, 제안)을 보내주신 회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참가자 소감_

저는 오늘 씨네톡에 처음 와봤는데요. 제가 어릴 때는 메뚜기 뒷다리만 먹었던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다리들을 다 정리해서 버리고 몸통만 먹더라고요. 제가 캄보디아에서 봤는데, 시장에 식용 바퀴벌레를 파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먹지 않지만요. 영화를 보면서 인간이 뭘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어릴 때는 시골에 농사를 지으면 메로라고 하는 새끼 메뚜기가 농민들을 많이 힘들게 했어요. 메뚜기가 논을 습격해버리면 벼가 푹 주저앉게 되는데요. 여물기도 전에 그렇게 되어버리면 한 해 농사를 망쳐버리니까 농민들은 메뚜기를 어떠한 재앙이라고 생각했잖아요. 하지만 오늘 영화를 보니 저 사람들은 메뚜기 떼를 기다리기도 하는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벼농사를 하는 사람들은 메뚜기가 피해를 주는 쪽이니 함께 공존하기가 어렵죠. 그런데 온실가스 배출을 생각했을 때 고기보다는 훨씬 적게 배출을 하면서 영양소도 풍부하여 곤충이 앞으로 우리의 식량 중 하나가 될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곤충 모양 그대로 있으면 먹기가 어려우니 가루 등으로 가공하면서 많이 섭취를 하고 있다고 해요. 영화에 나온 우간다는 저 사람들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이기 때문에 메뚜기 사냥꾼들이 화상벌레라던가, 밝은 전구에 노출되면서 힘들게 일을 하고 있잖아요. 그들에게는 이것이 생업이기 때문에 그런 시점에서 본다면 이 곤충을 우리는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먹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식용 곤충은 이천여 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이 영화가 이틀동안 찍은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영상미가 아주 좋았습니다.

 

메뚜기가 주 식량이나 영양원으로 저렇게 소비되고, 포획되는 것 가지고 좋다 나쁘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환경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테니 저는 오히려 그것이 자연이 주는 선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번데기를 간식으로 먹잖아요. 예전엔 메뚜기, 개구리도 먹었었고요. 우리도 그 환경을 지나갔으니까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꼭 우리가 새우를 먹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도 새우를 양식하고, 말려서 건새우로 먹기도 하잖아요. 이 문화가 아닌 나라 사람들이 보면 새우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다만 사람들이 저렇게 피해를 입으면서까지 경제에 유용한 상황이라면, 좀 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방법이, 좀 덜 고통스럽고 좋은 방법이 있는지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했습니다.

 

영화 잘 봤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더 잘 만든 다큐멘터리 같아요. 여름에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는 호러영화, 판타지 영화를 상영하거든요. 그런데서 나올 만한 영화 같습니다. 클로즈업도 그렇고 메뚜기의 시선에서 보이는 장면들도 있으면서 삽입된 음악들도 앞으로 무언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효과를 줘서 흥미로웠습니다. 아까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도 마지막에서는 인간 본연의 생존을 위한 것도 있고, 욕망일 수도 있는데 자본주의 체제와 결부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냥꾼이 벌레와 조명 때문에 다쳐서 약국에서 약사님과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이게 완치되려면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성공만 하면 본인의 연봉을 한번에 벌 수 있다, 난 열심히 공부해서 약사가 됐는데 불공평하다라고 웃으며 말하니까 이 일확천금의 욕망을 자극한 것도 그렇고, 또 사냥꾼은 이것 말고는 다른 할 일이 없다고 할 때 이것을 자본주의 탓을 해야할지, 어쨌든 무언가 교란되는 것이 크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사람(사냥꾼)들이 이렇게 고생을 해서 메뚜기를 기다렸는데 메뚜기도 오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것을 보다 보면 한편으로는 메뚜기가 잔인하기도 하고, 덜 잡히면 좋겠다 싶지만 약간 응원하게 되는 것이 있잖아요. 픽션같이 연출되어있지만, 맨 처음 메뚜기를 사고 파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마지막에 메뚜기 떼가 오는 장면이 수미상관처럼 보여지는 것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에서 메뚜기의 일생을 쭉 보여주잖아요. 저는 메뚜기의 일생이 사람과 겹쳐져서 보이더라고요. 왜냐하면 메뚜기가 성충이 되어 날아서 자유롭게 달리다가 타의적으로 그 드럼통에 들어가서 그걸로 일생을 마치는 줄 알았는데, 시장에 가서 발이 뜯기고 날개가 뜯기면서 꿈틀거리는 모습이 메뚜기 사냥꾼이 당하는 고통으로 겹쳐서 보이더라고요. 참 아이러니했습니다. 저렇게 힘들지만 직업을 저것만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도 해당이 된다고 생각해요.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고통스럽게 일하는지 생각이 겹치면서 갑자기 어렸을 때의 나의 상상이 얼마나 유치했던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뚜기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사람이 미웠을 것 같아요. 자기를 고통스럽게 했잖아요. 그래서 내가 메뚜기였다면 너도 날 아프게 했으니 너도 아파보라는 말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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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목요일)에도 여러분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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