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5월 기후변화씨네톡은 ‘나는 강이다(I Am The River, The River Is Me)’였습니다.

뉴질랜드 아오테아로아 북섬에 위치한 황아누이 강은 2017년 마오리와 뉴질랜드 정부 간의 오랜 협상 끝에 세계 최초로 법적 인격체로 인정받았습니다. 강은 단순한 자원,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닌 인간과 똑같이 법적인 권리를 가진 유기체이자 조상으로 대우받은 것입니다.

마오리의 리더인 네드 타파는 특별한 손님들을 황아누이강에 초청하여 카누 여정을 시작합니다. 네드의 가족, 친구들, 영화 제작진, 반려견 지미, 그리고 호주에서 무분별한 개발과 기후위기로 죽어가고 있는 머레이 강을 위해 싸우고있는 원주민 타티타티의 원로 브렌든과 그의 딸 멜리사도 함께하였습니다.

네드와 브렌든은 다른 지역에서 왔지만, 대자연을 수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원주민 가치관에서 공감을 형성합니다. 네드는 폐수와 쓰레기로 오염되었던 황아누이강의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고, 브렌든은 강이 파괴되며 원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공유합니다.

5일간의 여정이 끝나고, 호주의 활동가들이 황아누이강에서 얻은 영감과 희망을 품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황아누이강의 '법적 인격체' 지위가 자신들의 죽어가는 강을 구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영화 상영 후 군산 옥봉생태평화센터 딸기 활동가님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였습니다.
관객과의 대화_
강이 법인격을 부여받기 전에 댐을 위해 물을 일방적으로 사용하고, 하수도 풀렸다고 했는데 지금 법인격을 부여받은 이후에는 강이 회복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강을 파괴하는 행위가 처벌을 받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강의 권리가 있고 강을 존중하기 때문에 강을 파괴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과 같이 하천을 우리가 어떻게 돌볼 것이냐, 어떻게 회복할 수 있게 나아갈 것이냐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부족 간에 많은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큰 강에 많은 부족들이 얽혀있어서 조율하는 것이 매우 힘들지만, 가능하면 모든 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되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이제 한국에도 남방큰돌고래가 제주도 조례로 법인격을 인정받았는데,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와 선주연합회가 위원회를 꾸리고 있어요. 이게 보호가 될까요?
이 법을 이끌었던 마오리 부족은 강을 보존하고 지키자는 주장을 해왔고, 마오리 부족이 강을 대변하면서 정부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법의 체계를 지키려는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것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전의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지금이 얼마나 회복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여쭤보았을 때 이전보다 강의 수질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말씀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러면 남방큰돌고래의 법인격은 왜 하려고 하는건가요?
그 운동 자체는 제주의 핫핑크돌핀스, 남방큰돌고래 보호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남방큰돌고래는 국제적인 보호종이고,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굉장히 특별한 포유류입니다. 제주도를 생태·자연 중심 지역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고, 이번 도지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은 만들어놓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행정에서 해놓은 것을 보면, 이건 그냥 '이런 것을 했다'고 자랑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지 않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강연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시민 단체가 아니다.’ 라고 마오리족에게 이야기 하셨다고 했는데, 환경운동이 아니라면 어떠한 운동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셨을 때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강이 나다'라는 이 명제를 두고 부족 내에서 토론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게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을 제정하고 운영하며, 행정과 어떻게 교섭할지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이 있었지만, '강이 나고, 강은 우리 조상이며, 우리는 강의 계보를 이어받은 사람들로서 이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굳이 분류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환경운동이냐 아니냐로 나누기보다는, 그냥 정체성을 지키는 분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첫 여행지가 뉴질랜드였는데,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자연 속에서 정말 충만했고, 아침에 알람이 필요 없었습니다. 온갖 종류의 아름다운 새소리 때문에 도저히 잘 수가 없어서 저절로 깼던 기억이 납니다. 아까 '강이 나다'라는 인식의 뿌리가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자연 자체가 이미 그분들의 삶 안에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이제야 '생태 감수성'이라는 말을 쓰지만, 그분들에게는 이미 내재되어 있는 것이고, 우리는 그런 감수성이 너무 많이 사라져 어떻게 환경을 지킬 수 있을지 막막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더 많은 파괴들 사이에서 환경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저도 이 질문을 계속 받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나한테는 없는가, 하고요. 저는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가려지고 감춰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쁜 세상에서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그런 것을 돌아볼 시간적, 정서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세상이 된 것이죠. 뉴질랜드라고 해서 모두가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오늘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목축업을 하는 분을 만났는데, 뉴질랜드 갯벌의 90%가 목축을 위한 매립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주 소규모만 남아 있고, 그 지역에서 큰뒷부리도요새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지역에서 이 서식지를 보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주변에서 "우리가 목축 아니면 먹고살 수 없는데 어떻게 책임질 거냐"는 말을 듣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이 훌륭하다고 해서 저절로 그런 인식이 생기는 것이라기보다도 마오리 부족도 이 정신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투쟁해오셨습니다. 여러 불이익과 위협, 폭력이 있었음에도, 말살시키려는 시도 등 비극적인 사건에 맞서 끝내 지켜내신 것입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다고 봅니다. 여기 오신 분들 중 뭐라도 조금이라도 지키고 싶고, 거기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선두에 서서 하는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고, 오히려 내가 하고 있는 그 작은 일을 스스로 알아봐주는 것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해봤자 소용 있어? 바위에 계란 던지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스스로 하기 쉽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다 보면 그 작은 것들이 모여서 결국 큰 힘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느낍니다.
영화에서도 비원주민과의 연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직접 뉴질랜드에 가셨을 때 그런 연대를 체험하신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저는 영화를 보면서 이 강도 대단하지만 마오리족의 문화와 가치관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직접 가셔서 경험하신 것 중에 인상적인 것이 있으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두 곳을 다녀왔는데, 황아누이 강에 가기 전에 먼저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새 센터에 들렀습니다. 그곳은 백인 정착민들이 운영하는 서식지 보존 센터였습니다. 그분들의 이야기가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농장을 운영하던 분이 자기 농장을 보존 지역으로 활용하라며 땅을 신탁 기증하신 것입니다. 그것을 중심으로 큰뒷부리도요의 보존 지역을 넓혀갈 수 있었고, 시민들이 돈을 모아 땅을 사들이고 센터를 지어 1975년부터 50년 가까이 시민의 힘으로 이어오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손녀도 대를 이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는 이 파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로서, 지금이라도 보존하는 일에 책임을 갖고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황아누이의 마오리 공동체와도 함께 활동을 많이 하고 계셨습니다. 마오리 전통에서 조상으로 여기는 큰뒷부리도요를 보존하기 위한 활동에서, 푸코로코로 센터가 백인 중심 활동가 모임임에도 함께 연대하고 교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오리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전통 환영 의식인 포후이리를 경험했습니다. 도착했는데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차도 주차하지 말라고 해서 영문도 모르고 20분을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랬더니 어른들이 홀에 자리를 잡으시고 나서야 이제 들어와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영화 시작할 때처럼 여성분이 노래를 부르셨고, 커다란 호두나무 아래에 서서 손짓으로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내셨습니다. 들어가니 "웰컴 백 홈(Welcome back home)"이라는 말로 맞아주셨습니다. "여러분은 쿠아카(큰뒷부리도오새)가 가는 곳에서 온 사람들이니 우리 가족"이라고 하시면서요.
그리고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데, 우리처럼 "어느 단체 대표입니다, 활동가입니다."가 아니라, 내가 어느 강에서 왔고, 나의 조상이, 배경이 어디에 있는지를 소개합니다. BTS가 있는 나라에서 왔다며 반겨주시기도 했습니다. 이후 코를 맞대는 전통 인사를 나눴는데 처음엔 많이 긴장했습니다. 마리안 할머니가 "이 인사는 두 번 숨을 교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첫 번째 숨은 현재의 너와 내가 만나는 것이고, 두 번째 숨은 너의 조상과 나의 조상이 만나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숨을 참지 말고 쉬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전통들을 계속 지켜가려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고, "우리가 책임질 테니 여기서 뭐든 해도 좋다"는 말씀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도 많이 느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환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새만금 신공항)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원고 적격이 3명뿐인 것이 기가 막힙니다. 강이 나, 너, 우리에게 수라 갯벌은 어떤 의미인가? 라고 할 때, 재판부도 그 '우리' 안에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뉴질랜드의 황아누이 강을 보면서 의식이 확장되듯이, 이 재판 과정에서 판사님도 새만금의 수라갯벌이 어떤 의미 있는 곳인지를 느낄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알아주시고, 재판도 많이 와주세요. 이번 항소심 두 번째 재판 때 정말 놀랐습니다. 혹시 1심 결과를 알고 계신가요?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이 났습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이 조류 충돌 위험이었는데, 정부는 조류 충돌 위험을 과대평가했다며 항소했습니다. 그렇다면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로는 어떤 상황인지를 자신들이 밝혀야 하는데,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증인도 신청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항소를 당한 저희가 적극적으로 준비해서 재판을 이끌어가게 된 상황입니다. 방청객이 많이 오니 첫 재판에서 판사가 "두 번만 재판하고 선고하겠다, 올 가을에 선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등학생 친구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앉아 있고, 법정이 꽉 차서 바닥에 앉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국내외 전문가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국제 전문가 통역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자, 판사가 "기일을 늘리겠다, 이 사안의 중대성과 사회적 관심을 고려했을 때, 원고에서 요청하는 증인 심문을 충분히 진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습니다. 만약 방청석에 원고 3명만 앉아 있었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음 재판은 6월 17일 오후 3시, 서울고등법원 3층입니다. 오셔서 함께 방청해 주시고, 다음 기일부터는 증인 심문이 진행되어 더욱 주목할 만한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피고(정부) 측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재판에 임하고 있는지를 보시고 주변에 많이 알려주세요. 글을 쓰시는 분은 기고를, 노래를 하시는 분은 노래를, 그림을 그리시는 분은 그림을, 사진을 찍으시는 분은 사진으로 "재판부, 제대로 해라"는 목소리를 올려주십시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판사의 생각을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법적으로 분명한 명분이 있고 사회적으로 분명한 여론이 있다면,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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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기후변화씨네톡은 ‘나는 강이다(I Am The River, The River Is Me)’였습니다.
뉴질랜드 아오테아로아 북섬에 위치한 황아누이 강은 2017년 마오리와 뉴질랜드 정부 간의 오랜 협상 끝에 세계 최초로 법적 인격체로 인정받았습니다. 강은 단순한 자원,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닌 인간과 똑같이 법적인 권리를 가진 유기체이자 조상으로 대우받은 것입니다.
마오리의 리더인 네드 타파는 특별한 손님들을 황아누이강에 초청하여 카누 여정을 시작합니다. 네드의 가족, 친구들, 영화 제작진, 반려견 지미, 그리고 호주에서 무분별한 개발과 기후위기로 죽어가고 있는 머레이 강을 위해 싸우고있는 원주민 타티타티의 원로 브렌든과 그의 딸 멜리사도 함께하였습니다.
네드와 브렌든은 다른 지역에서 왔지만, 대자연을 수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원주민 가치관에서 공감을 형성합니다. 네드는 폐수와 쓰레기로 오염되었던 황아누이강의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고, 브렌든은 강이 파괴되며 원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공유합니다.
5일간의 여정이 끝나고, 호주의 활동가들이 황아누이강에서 얻은 영감과 희망을 품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황아누이강의 '법적 인격체' 지위가 자신들의 죽어가는 강을 구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영화 상영 후 군산 옥봉생태평화센터 딸기 활동가님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였습니다.
관객과의 대화_
강이 법인격을 부여받기 전에 댐을 위해 물을 일방적으로 사용하고, 하수도 풀렸다고 했는데 지금 법인격을 부여받은 이후에는 강이 회복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강을 파괴하는 행위가 처벌을 받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강의 권리가 있고 강을 존중하기 때문에 강을 파괴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과 같이 하천을 우리가 어떻게 돌볼 것이냐, 어떻게 회복할 수 있게 나아갈 것이냐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부족 간에 많은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큰 강에 많은 부족들이 얽혀있어서 조율하는 것이 매우 힘들지만, 가능하면 모든 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되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이제 한국에도 남방큰돌고래가 제주도 조례로 법인격을 인정받았는데,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와 선주연합회가 위원회를 꾸리고 있어요. 이게 보호가 될까요?
이 법을 이끌었던 마오리 부족은 강을 보존하고 지키자는 주장을 해왔고, 마오리 부족이 강을 대변하면서 정부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법의 체계를 지키려는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것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전의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지금이 얼마나 회복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여쭤보았을 때 이전보다 강의 수질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말씀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러면 남방큰돌고래의 법인격은 왜 하려고 하는건가요?
그 운동 자체는 제주의 핫핑크돌핀스, 남방큰돌고래 보호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남방큰돌고래는 국제적인 보호종이고,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굉장히 특별한 포유류입니다. 제주도를 생태·자연 중심 지역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고, 이번 도지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은 만들어놓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행정에서 해놓은 것을 보면, 이건 그냥 '이런 것을 했다'고 자랑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지 않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강연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시민 단체가 아니다.’ 라고 마오리족에게 이야기 하셨다고 했는데, 환경운동이 아니라면 어떠한 운동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셨을 때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강이 나다'라는 이 명제를 두고 부족 내에서 토론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게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을 제정하고 운영하며, 행정과 어떻게 교섭할지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이 있었지만, '강이 나고, 강은 우리 조상이며, 우리는 강의 계보를 이어받은 사람들로서 이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굳이 분류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환경운동이냐 아니냐로 나누기보다는, 그냥 정체성을 지키는 분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첫 여행지가 뉴질랜드였는데,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자연 속에서 정말 충만했고, 아침에 알람이 필요 없었습니다. 온갖 종류의 아름다운 새소리 때문에 도저히 잘 수가 없어서 저절로 깼던 기억이 납니다. 아까 '강이 나다'라는 인식의 뿌리가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자연 자체가 이미 그분들의 삶 안에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이제야 '생태 감수성'이라는 말을 쓰지만, 그분들에게는 이미 내재되어 있는 것이고, 우리는 그런 감수성이 너무 많이 사라져 어떻게 환경을 지킬 수 있을지 막막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더 많은 파괴들 사이에서 환경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저도 이 질문을 계속 받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나한테는 없는가, 하고요. 저는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가려지고 감춰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쁜 세상에서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그런 것을 돌아볼 시간적, 정서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세상이 된 것이죠. 뉴질랜드라고 해서 모두가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오늘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목축업을 하는 분을 만났는데, 뉴질랜드 갯벌의 90%가 목축을 위한 매립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주 소규모만 남아 있고, 그 지역에서 큰뒷부리도요새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지역에서 이 서식지를 보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주변에서 "우리가 목축 아니면 먹고살 수 없는데 어떻게 책임질 거냐"는 말을 듣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이 훌륭하다고 해서 저절로 그런 인식이 생기는 것이라기보다도 마오리 부족도 이 정신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투쟁해오셨습니다. 여러 불이익과 위협, 폭력이 있었음에도, 말살시키려는 시도 등 비극적인 사건에 맞서 끝내 지켜내신 것입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다고 봅니다. 여기 오신 분들 중 뭐라도 조금이라도 지키고 싶고, 거기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선두에 서서 하는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고, 오히려 내가 하고 있는 그 작은 일을 스스로 알아봐주는 것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해봤자 소용 있어? 바위에 계란 던지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스스로 하기 쉽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다 보면 그 작은 것들이 모여서 결국 큰 힘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느낍니다.
영화에서도 비원주민과의 연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직접 뉴질랜드에 가셨을 때 그런 연대를 체험하신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저는 영화를 보면서 이 강도 대단하지만 마오리족의 문화와 가치관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직접 가셔서 경험하신 것 중에 인상적인 것이 있으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두 곳을 다녀왔는데, 황아누이 강에 가기 전에 먼저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새 센터에 들렀습니다. 그곳은 백인 정착민들이 운영하는 서식지 보존 센터였습니다. 그분들의 이야기가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농장을 운영하던 분이 자기 농장을 보존 지역으로 활용하라며 땅을 신탁 기증하신 것입니다. 그것을 중심으로 큰뒷부리도요의 보존 지역을 넓혀갈 수 있었고, 시민들이 돈을 모아 땅을 사들이고 센터를 지어 1975년부터 50년 가까이 시민의 힘으로 이어오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손녀도 대를 이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는 이 파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로서, 지금이라도 보존하는 일에 책임을 갖고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황아누이의 마오리 공동체와도 함께 활동을 많이 하고 계셨습니다. 마오리 전통에서 조상으로 여기는 큰뒷부리도요를 보존하기 위한 활동에서, 푸코로코로 센터가 백인 중심 활동가 모임임에도 함께 연대하고 교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오리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전통 환영 의식인 포후이리를 경험했습니다. 도착했는데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차도 주차하지 말라고 해서 영문도 모르고 20분을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랬더니 어른들이 홀에 자리를 잡으시고 나서야 이제 들어와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영화 시작할 때처럼 여성분이 노래를 부르셨고, 커다란 호두나무 아래에 서서 손짓으로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내셨습니다. 들어가니 "웰컴 백 홈(Welcome back home)"이라는 말로 맞아주셨습니다. "여러분은 쿠아카(큰뒷부리도오새)가 가는 곳에서 온 사람들이니 우리 가족"이라고 하시면서요.
그리고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데, 우리처럼 "어느 단체 대표입니다, 활동가입니다."가 아니라, 내가 어느 강에서 왔고, 나의 조상이, 배경이 어디에 있는지를 소개합니다. BTS가 있는 나라에서 왔다며 반겨주시기도 했습니다. 이후 코를 맞대는 전통 인사를 나눴는데 처음엔 많이 긴장했습니다. 마리안 할머니가 "이 인사는 두 번 숨을 교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첫 번째 숨은 현재의 너와 내가 만나는 것이고, 두 번째 숨은 너의 조상과 나의 조상이 만나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숨을 참지 말고 쉬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전통들을 계속 지켜가려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고, "우리가 책임질 테니 여기서 뭐든 해도 좋다"는 말씀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도 많이 느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환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새만금 신공항)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원고 적격이 3명뿐인 것이 기가 막힙니다. 강이 나, 너, 우리에게 수라 갯벌은 어떤 의미인가? 라고 할 때, 재판부도 그 '우리' 안에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뉴질랜드의 황아누이 강을 보면서 의식이 확장되듯이, 이 재판 과정에서 판사님도 새만금의 수라갯벌이 어떤 의미 있는 곳인지를 느낄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알아주시고, 재판도 많이 와주세요. 이번 항소심 두 번째 재판 때 정말 놀랐습니다. 혹시 1심 결과를 알고 계신가요?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이 났습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이 조류 충돌 위험이었는데, 정부는 조류 충돌 위험을 과대평가했다며 항소했습니다. 그렇다면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로는 어떤 상황인지를 자신들이 밝혀야 하는데,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증인도 신청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항소를 당한 저희가 적극적으로 준비해서 재판을 이끌어가게 된 상황입니다. 방청객이 많이 오니 첫 재판에서 판사가 "두 번만 재판하고 선고하겠다, 올 가을에 선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등학생 친구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앉아 있고, 법정이 꽉 차서 바닥에 앉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국내외 전문가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국제 전문가 통역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자, 판사가 "기일을 늘리겠다, 이 사안의 중대성과 사회적 관심을 고려했을 때, 원고에서 요청하는 증인 심문을 충분히 진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습니다. 만약 방청석에 원고 3명만 앉아 있었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음 재판은 6월 17일 오후 3시, 서울고등법원 3층입니다. 오셔서 함께 방청해 주시고, 다음 기일부터는 증인 심문이 진행되어 더욱 주목할 만한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피고(정부) 측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재판에 임하고 있는지를 보시고 주변에 많이 알려주세요. 글을 쓰시는 분은 기고를, 노래를 하시는 분은 노래를, 그림을 그리시는 분은 그림을, 사진을 찍으시는 분은 사진으로 "재판부, 제대로 해라"는 목소리를 올려주십시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판사의 생각을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법적으로 분명한 명분이 있고 사회적으로 분명한 여론이 있다면,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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